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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해킹하다: AI로 설계한 생명체가 실험실에서 태어났다

by juns1007 2025. 4. 23.


우리는 지금, 자연의 설계도를 디지털 코드로 바꾸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유전자를 ‘코딩’하고, 인공지능이 새로운 생명체의 청사진을 그리는 실험이 현실이 되었다. 생명이 알고리즘으로 탄생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지 기술의 진보가 아닌, ‘창조’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오늘은 조금 다가가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글을 써보겠습니다.

 

자연을 해킹하다: AI로 설계한 생명체가 실험실에서 태어났다
자연을 해킹하다: AI로 설계한 생명체가 실험실에서 태어났다

 

생명을 설계하는 인공지능, 어떻게 가능한가?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자연을 모방해왔지만, 이제는 자연을 ‘디자인’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핵심은 바로 생성형 AI와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만남이다.

합성생물학이란 유전자 조각들을 레고처럼 조립해 새로운 기능을 가진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분야다. 그런데, 이 복잡한 유전자 배열을 일일이 사람이 설계하기엔 너무 방대하고 변수가 많다. 여기서 AI, 특히 생성형 AI의 역할이 빛난다.
예를 들어, 최근 주목받는 Generative Bio나 Profluent Bio 같은 스타트업은 GPT와 유사한 생성 모델을 활용해, “이런 기능을 가진 단백질이 필요해”라고 입력하면 AI가 가능한 유전자 서열을 설계해주는 기술을 실험 중이다.

이것은 마치 생명체를 위한 ‘ChatGPT’를 사용하는 것과도 같다. 단지 글이나 그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 효소, 심지어 박테리아까지 “생성”하는 것이다.

 

디지털 생명체, 실제로 탄생하다


그렇다면, 이론이 아니라 실제 실험에서 그런 생명체가 실제로 탄생했을까?
놀랍게도, 그렇다.

2023년, 한 생명공학 연구팀은 AI가 설계한 유전자 서열을 합성한 뒤 박테리아에 삽입했다. 이 유전자는 새로운 항생제 내성 단백질을 생성했고, 실험실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즉, AI가 만든 코드로 탄생한 생물학적 시스템이 살아 움직인 것이다.

이보다 앞서 2020년, 하버드와 MIT의 연구진은 인공적으로 디자인한 효소 단백질이 실제로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것을 확인했다. AI는 인간보다 훨씬 넓은 단백질 공간을 탐색할 수 있고, 이론적으로 “자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쯤 되면, 생명은 더 이상 신비롭기만 한 것이 아니다. 생명은 하나의 코드, 함수, 작동 알고리즘이 된다. 생명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 그것은 공학이고, 현실이다.

 

‘창조의 윤리’를 묻다: 생명의 경계를 넘는다는 것


하지만 이 기술은 단지 흥미롭거나 놀라운 수준을 넘어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멀리까지 가도 괜찮을까?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유전자를 창조하고, 그 생명체가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면?
AI가 자율적으로 생명체를 설계할 수 있다면, 인간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유전자 드라이브(특정 유전자를 자연 집단에 퍼뜨리는 기술)와 결합되면, 한 번 설계된 유전자가 자연으로 퍼져 복구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생물무기화 가능성, 인간의 유전자 개조 문제까지, 이 기술은 많은 논란을 동반한다.

따라서 많은 연구소와 기업은 생명 설계 AI의 사용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안전한 설계’ ‘실험실 폐쇄성’ 등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자연을 다시 쓰고 있다
AI가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이미지를 그리고, 코드를 작성하는 세상은 놀랍지만 익숙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생명을 코딩하는 세상으로 들어서고 있다.
AI는 진짜로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생명은 자연인가, 인공인가, 혹은 그 사이 어딘가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과학적인 호기심을 넘어, 인류가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사유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 자연을 해킹하는 문을 열고 있다. 그리고 그 문을 연 존재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합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