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점점 길어진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지구는 실제로 아주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자전 속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이는 천문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이 수십 년 간 관측해온 사실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자체가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세한 변화지만, 수천만 년의 시간 스케일로 보면 이 변화는 지구의 역사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이러한 변화와 흔적은 지금 조금씩 알아가 보는 글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하루는 왜 점점 길어지고 있을까?
지구는 약 46억 년 전 형성 초기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회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전 속도는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지구는 약 24시간에 한 바퀴를 도는데, 고대 지구에서는 하루가 지금보다 훨씬 짧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약 6억 년 전에는 하루가 21시간에 불과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구는 점점 느려지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조석 마찰, 즉 달과의 인력 작용입니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바다에 조수를 일으키고, 이는 지구 내부와 표면에 마찰력을 발생시킵니다. 이 마찰이 지구의 자전을 아주 조금씩 늦추는 것이죠.
이 현상을 쉽게 비유하면, 회전하는 팽이에 브레이크를 살짝 거는 것과 비슷합니다. 완전히 멈추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속도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매년 약 1만 년에 1.7밀리초 정도 자전 속도가 느려지고 있으며, 이는 지구의 공전이나 시간 체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입니다.
시간의 흔적은 화석에 남는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정말 느려지고 있다는 건 고대 암석과 화석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산호 화석입니다. 산호는 일주일 또는 하루 단위로 성장을 기록하기 때문에, 과거의 일수를 계산할 수 있는 일종의 '지구 기록 장치' 역할을 합니다.
과학자들은 약 4억 년 전의 고대 산호 화석에서 1년에 400일이 넘는 성장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당시 하루의 길이가 지금보다 짧았고, 따라서 1년 동안 더 많은 날수가 필요했다는 뜻입니다. 현재의 지구 공전 주기는 일정하지만, 하루가 짧았기 때문에 연간 일수는 더 많았던 것이죠.
또한 지층 속에 남은 퇴적물의 주기성이나 고대 나무의 나이테 패턴 역시 지구 자전 속도의 변화를 추적하는 단서가 됩니다. 이처럼 시간은 단지 시계로만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남아 있는 것입니다.
느려지는 지구가 미래에 미칠 영향
그렇다면 자전 속도가 계속 느려진다면 우리의 일상과 문명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먼저, 지구 자전 속도는 인류 문명이 측정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미 시간을 조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로 '윤초'의 개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윤초는 세계 표준시와 실제 지구 자전 속도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가끔 1초를 인위적으로 추가하거나 빼는 조치입니다. 이 조치는 위성 시스템, 통신 네트워크, 천문 관측 등 정확한 시간이 중요한 기술들에 필수적입니다. 특히 GPS 위성은 수 나노초의 오차로도 위치 정보가 크게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윤초 보정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지구의 자전이 극단적으로 느려지거나 멈춘다면, 낮과 밤의 길이가 수십 시간 이상이 되거나 아예 고정되는 극단적인 환경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기후, 생태계, 인간의 생체 리듬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죠.
물론 이런 변화는 수억 년 이상 걸리는 일이므로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과 지구의 물리적 운동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
우리는 하루를 24시간, 1년을 365일이라고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기준조차도 지구의 움직임에 따라 서서히 변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인간이 정한 숫자가 아니라, 지구와 우주의 움직임이 만든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자전이 아주 조금씩 느려진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지구라는 행성도 살아 움직이며 변화하는 존재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우주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아는 '하루'는 영원불변이 아닌 진화하는 현상입니다.
그러니 내일 하루가 조금 길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 생각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