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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지구에 가두다 – 인류가 ‘인공 태양’에 도전하는 이유

by juns1007 2025. 5. 1.

2025년,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카다라슈에서 인류는 역사상 가장 야심찬 실험을 시작합니다. 그것은 바로 태양의 에너지 생산 원리를 지구 위에서 구현하려는 시도, 이른바 인공 태양 실험입니다. 공식 명칭은 국제핵융합실험로(이터). 전 세계 35개국이 함께 참여해 만드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공 태양’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과장이 아닙니다. 이것은 실제로 태양처럼 수소 원자들을 융합시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 즉 핵융합을 지구에서 구현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은 국가와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이 실험에 매달리는 걸까요? 그 이유를 이번 시간에 글을 써보겠습니다.

 

태양을 지구에 가두다 – 인류가 ‘인공 태양’에 도전하는 이유
태양을 지구에 가두다 – 인류가 ‘인공 태양’에 도전하는 이유

인공 태양의 원리 – 핵융합이란 무엇인가?


자연에서 태양은 빛과 열을 어떻게 만들어낼까요?
그 비밀은 태양 중심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에 있습니다.

 

핵융합이란,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고온·고압 상태에서 충돌하여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으로 결합되며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입니다. 태양에서는 수소 원자가 융합되어 헬륨이 되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이 핵융합 반응은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습니다.


예를 들어, 중수소 1그램과 삼중수소 1그램이 융합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석유 약 10톤을 태울 때 나오는 에너지와 비슷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핵융합은 이산화탄소나 유해 폐기물을 거의 배출하지 않으며, 폭주할 위험도 없습니다.
기존의 핵발전은 무거운 원자를 쪼개는 ‘핵분열’ 방식으로, 사고 시 방사능 누출 위험과 폐기물 문제가 큽니다. 반면, 핵융합은 반응이 스스로 멈추는 구조이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또한 원료인 중수소는 바닷물 속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삼중수소는 리튬과의 반응으로 인공 생산이 가능해, 연료 자원이 사실상 무한에 가깝다는 점도 핵심 장점입니다.

 

이터의 목표 – 과학을 넘은 국제적 도전


이터는 단순한 실험 장치를 넘어, 국제적인 과학 협력의 상징입니다. 유럽연합, 한국, 일본,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35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건설 비용만 약 25조 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이터의 구조는 도넛 모양의 자기장 플라즈마 장치인 ‘토카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장치 안에서 섭씨 1억 5천만 도에 달하는 고온의 플라즈마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융합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온도는 태양 중심부보다도 10배 이상 뜨겁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뜨거운 물질을 어떻게 ‘용기’ 안에 담아둘 수 있을까요?

그 비결은 자기장입니다. 전기를 띠는 플라즈마는 강한 자기장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내부 벽에 닿지 않도록 자기장으로 '공중에 띄우는 방식'으로 제어합니다. 이를 자기밀폐 방식이라고 부르며, 이터는 이 방식의 기술적 한계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이터는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핵융합이 과연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에너지 효율은 얼마나 되는지, 장기적으로 상용화가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실험 장치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발전소인 데모(Demo) 프로젝트가 2040년대 중반부터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 인공 태양이 지금 중요한가?


인공 태양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기후 위기와 에너지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는 지금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위협에 놓여 있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해수면 상승, 극단적 기후 현상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으며, 탄소 배출 감축은 모든 국가의 긴급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핵융합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 탄소 배출이 없다
핵융합은 연소 과정이 없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등 환경 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습니다.

 

▷ 안전성이 높다
핵융합 반응은 ‘스스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즉,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반응이 멈추기 때문에,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 자원 확보가 용이하다
중수소는 바닷물 1리터당 약 0.03그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극소량의 중수소로도 가정용 전력을 수일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삼중수소는 리튬과 반응시켜 생산할 수 있으며, 리튬은 해수와 지각에 풍부하게 존재합니다.

실제로 한국은 KSTAR(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장치)를 통해 이터보다 앞서 고온 플라즈마를 30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상용 핵융합 발전소 개발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인공 태양은 에너지의 미래다
우리는 지금, 에너지 생산 방식의 대전환기 앞에 서 있습니다.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시대는 점점 막을 내리고 있으며, 원자력은 여전히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역시 중요한 축이지만, 기후나 날씨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인공 태양은 지속 가능하고 안전하며,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서 독보적인 해답을 제시합니다.
핵융합 에너지는 단지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명을 위한 인류의 선택입니다.

이터가 성공한다면, 그것은 단지 하나의 장치가 가동된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가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빛이 켜진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