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영화 속에서 우주선은 몇 초 만에 별자리를 넘고, 은하계를 누비며 먼 우주로 떠납니다. 마치 지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듯 우주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장면은 언제 봐도 신기하죠. 그런데 현실의 우주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빠른 로켓이라 해도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려면 수십만 년이 걸립니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들죠. “정말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건 불가능한 걸까?”
이 물음에 과학자들은 단호하게 “그렇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하지만 꼭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는 흥미로운 대답을 덧붙입니다.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지금부터 그 흥미로운 과학적 이야기를 작성해 보겠습니다.
1. 왜 빛보다 빠르게 갈 수 없다고 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빛의 속도는 초당 약 30만 킬로미터입니다. 이 속도로 달리면 지구에서 달까지는 1초가 채 걸리지 않고, 태양까지는 약 8분이 걸립니다. 그런데 우리가 꿈꾸는 별, 예를 들어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는 약 4년이 걸립니다. 물론 이는 빛이 갔을 때 이야기고, 현재 인간이 만든 우주선 중 가장 빠른 것도 그 속도의 몇 천분의 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빛의 속도를 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그 물체의 질량이 무한대에 가까워지고, 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무한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무한한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만약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 자체가 이상해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한 뒤 과거로 돌아올 수도 있고, 인과관계가 뒤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시간의 모순 때문에 과학자들은 빛보다 빠른 이동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이 등장합니다. 만약 물체가 직접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주 자체를 구부려서 이동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죠.
2. 우주를 구부려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고?
1990년대에 멕시코 출신의 한 과학자는 매우 흥미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우주선을 빠르게 움직이는 대신, 그 우주선이 있는 공간 자체를 압축하고 늘려서 이동한다는 개념이었죠. 이 방식을 쉽게 설명하자면, 우주선이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러닝머신이 앞으로 움직이면, 우주선은 가만히 있어도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죠.
이 개념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여겨졌고,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이 방식에 대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핵심은 '워프 거품'이라는 시공간의 파동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 거품 안에 우주선이 들어가고, 앞쪽 공간을 압축하고 뒤쪽 공간을 팽창시키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큰 걸림돌이 하나 있습니다. 이 시공간의 거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그리고 존재 자체도 확실하지 않은 특이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 에너지는 일반적인 물질과 반대되는 성질을 가져야 하며, 중력을 밀어내는 효과까지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현재는 그저 수학적으로 가능한 이론일 뿐, 실제로 구현하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에서는 필요한 에너지의 양이 초기 추정보다 훨씬 적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실험에서는 이 개념과 관련된 작은 효과가 관측되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3. 타키온과 웜홀 – 상상이 만든 또 다른 길
빛보다 빠른 이동에 대한 상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다른 방식들도 함께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타키온’과 ‘웜홀’이라는 개념입니다.
- 타키온 - 이론상 존재하는 빛보다 빠른 입자
타키온은 이론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입자입니다. 특징은 태어날 때부터 빛보다 빠르며, 절대 느려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입자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빛보다 빠른 정보를 전달하거나 순간이동 같은 현상을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타키온의 존재에는 커다란 문제가 따릅니다. 이 입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시간의 흐름이 역행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결과가 나타나는 식의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아직까지 타키온은 실험적으로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타키온이 실재할 경우, 우리의 우주 이해는 완전히 새롭게 바뀔지도 모릅니다.
- 웜홀 - 우주의 지름길?
웜홀은 우주의 두 지점을 터널처럼 연결하는 개념입니다. 만약 이를 통과할 수 있다면, 아주 먼 거리를 단숨에 이동할 수 있죠. 영화나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이 개념은 실제로도 물리학 이론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웜홀은 매우 불안정한 구조라서,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역시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에너지나 물질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웜홀을 통과할 때 생기는 중력이나 시공간의 변화가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들을 보면, 빛보다 빠르게 여행하는 것은 아직 현실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과학에서 종종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한때 하늘을 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비행기를 만들었고, 우주선까지 쏘아 올렸습니다. 지금은 화성에 탐사 로봇을 보내는 시대입니다. 이처럼 과학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1초 만에 별까지'라는 말은 지금으로선 공상에 가까울지 몰라도, 그 상상을 향한 작은 이론과 실험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먼 미래에는 우리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것처럼, 우주를 여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