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바라보면 언제나 같은 얼굴만 보게 됩니다. 마치 달이 지구를 향해 한쪽 면만 꾸준히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달의 뒷면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인류는 왜 그곳을 거의 볼 수 없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달이 항상 같은 면만 보여주는 과학적 이유, 달 뒷면 탐사의 역사, 그리고 달 뒷면이 지닌 과학적 가치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
왜 달은 항상 같은 면만 보여줄까? – 조석 고정(tidal locking)의 원리
지구에서 달을 보면, 언제나 그 익숙한 크레이터와 평원이 보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달이 지구를 도는 주기와 달 스스로 자전하는 주기가 정확히 같기 때문입니다. 이를 ‘조석 고정(Tidal Locking)’이라고 부릅니다.
● 자전과 공전이 일치하다?
달은 약 27.3일을 주기로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동시에 자전도 정확히 같은 속도로 한 바퀴를 돕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보면, 달은 마치 자전을 하지 않는 것처럼 항상 같은 면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런 상태는 시간이 흐르면서 중력과 조석력의 상호작용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초기에는 달도 지구를 향해 다양한 면을 보여주었지만, 지구의 중력이 달 내부를 조금씩 비틀며 회전을 서서히 늦추게 만들었습니다. 수백만 년에 걸쳐 달은 결국 지구에 대해 한 면만을 향하도록 ‘고정’된 것이죠.
● 실제로는 59%를 본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실제로는 달 표면의 약 59%를 관측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달의 궤도가 완전히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이고, 궤도면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리브레이션(Libration)이라 불리는 ‘흔들림’ 현상이 일어나 미세하게 더 많은 영역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인류는 언제, 어떻게 달의 뒷면을 보게 되었을까?
달 뒷면은 지구에서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 벽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 최초의 목격자 – 소련의 루나 3호
1959년, 소련의 루나 3호(Luna 3) 탐사선이 세계 최초로 달의 뒷면을 촬영했습니다. 인류가 달의 뒷면을 직접 본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죠. 루나 3호가 보내온 흐릿한 흑백 사진은 당시로서는 충격과 경이의 대상이었습니다.
● 달 뒷면은 왜 이렇게 다를까?
루나 3호와 이후 탐사선들이 보내온 자료를 통해 밝혀진 사실 중 하나는, 달 뒷면이 앞면과는 완전히 다른 지형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면에는 '달의 바다'라 불리는 평평한 현무암 평야가 많은 반면, 뒷면은 고지대와 충돌구가 훨씬 더 많고 험준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차이가 지구의 중력 영향 때문이라고 추정합니다. 지구가 가까운 앞면은 더 많은 열을 받아 오래전 현무암이 흘러나와 평탄해졌고, 반면 뒷면은 그러한 지질 활동이 적었던 것이죠.
달 뒷면의 과학적 가치 – 왜 지금 더 주목받을까?
최근 들어 달 뒷면은 우주 과학과 천문학의 중요한 전진기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 전파천문학의 최적지
지구는 전파로 가득한 행성입니다. 라디오, 통신, 인공위성 등이 쏘아대는 전파는 천체에서 오는 미약한 전파 신호를 방해하죠. 하지만 달의 뒷면은 지구의 전파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자연의 방패막’이 됩니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은 달 뒷면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하면 우주의 초기 신호나 외계 행성의 전파 신호를 더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기지 건설 후보지
중국은 2019년, 창어 4호(Chang’e-4)를 달 뒷면에 착륙시켜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착륙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는 단순한 탐사를 넘어, 앞으로 달에 장기 거주 기지를 세우려는 시도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달 뒷면은 태양 폭풍이나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지구 쪽보다 더 안전할 수 있고, 과학 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죠.
우리가 이제야 주목하는 ‘달의 반쪽’
달은 인류가 가장 먼저 가까이 다가간 우주 천체입니다. 그러나 그 절반은 오랫동안 우리 눈에서 가려져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달 뒷면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더 깊이 파헤치고, 새로운 우주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달이 보여주지 않던 그 반쪽이야말로, 앞으로 인류가 우주로 나아갈 때 가장 중요한 ‘첫 발판’이 될지도 모릅니다.